주변기기

유니콤프 울트라 클래식 버클링 스프링 키보드 리뷰 – 삐뚤빼뚤해도 괜찮아

90년대에 많이 찾아볼 수 있었던 IBM의 모델M 키보드는 "버클링 스프링" 구조로 매우 독특한 키감이 특징이었죠.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 키감을 재현했다고 하는 유니콤의 주장이 과연 사실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90년대에도 컴퓨터를 활발하게 사용했던 사람이라면 IBM의 모델M 키보드를 잘 알고 있겠죠. 구체적으로 “모델M”이라는 이름은 모르더라도 당시에 널리 보급됐던 키보드라서 사진만 봐도 대부분 기억이 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모델M은 제조사마다 제각각이었던 키보드 배열을 통일시켰을 정도로 IBM에서 당시에는 엄청난 공을 들여 제작한 제품이었죠. 현재까지 쓰이고 있는 기본적인 키보드 배열은 모델M에서 약간 변형만 됐을 뿐, 큰 틀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키보드이기도 하고, 모델M 특유의 타건음 덕분에 아직까지도 작동이 되는 제품을 찾는 골수 마니아층도 존재하죠. 특히 IBM이 키보드 생산을 외주로 넘기기 전에 직접 제작했던 1993년 이전에 생산했던 모델M 중에서 상태가 좋은 것들은 상당히 고가에 거래가 되기도 합니다.

IBM의 몰락 이후 모델M 키보드는 공식적으로 단종된 상태이지만, 유니콤프(Unicomp)라는 회사에서 관련 특허를 모두 구매해서 최대한 오리지날 모델M과 비슷한 제품들을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델M 특유의 “버클링 스프링” 타건감을 맛보고 싶을 경우 잘 보존된 구형 모델M을 구매하거나 유니콤프의 키보드를 사용하는 수밖에 없죠.

공식적인 모델M의 후계자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는 유니콤프 키보드, 과연 이름값을 하는지 한번 리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아요 : 독특한 타건감 / 디자인

애매해요 : 내구성 / 가격

싫어요 : 마감 / 키캡

한줄평 : 신품 버클링 스프링 키보드를 원할 경우 유일한 선택지

[ 목차 ]

1. 스펙 & 가격

2. 외관 & 디자인

3. 타건감 & 키캡

4. 기능 & 사용성

5. 총평

[ 1. 스펙 & 가격 ]

사실 유니콤프는 전 세계에서 버클링 스프링 키보드를 생산하는 유일한 업체이기 때문에 딱히 비교할만한 스펙시트가 별도로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모델M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든 “클래식” 모델이 가장 인기 있고, 트랙포인트나 트랙볼을 추가한 파생형, 혹은 MacOS 전용 레이아웃 변형 모델이 존재합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경우 전세계 배송이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배송비가 매우 비싸고 영문 각인 옵션밖에 없습니다. (배송비 약 60달러)

키보드의 가격은 옵션에 따라 다르지만, 제가 구매한 울트라 클래식 모델은 94달러였습니다. 블랙 색상이 조금 더 저렴하지만 개인적으로 굳이 레트로한 감성을 찾아서 유니콤프 키보드를 구매한다면 당연히 화이트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케이블은 구형 PS2 방식, 혹은 USB 방식 중 선택이 가능하지만 굳이 구형 PS2 포트 모델로 구매할 이유가 있을까 싶네요. 애초에 유니콤프 키보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바로 버클링 스프링 키보드를 현대 포트 사정에 맞는 USB 타입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니까요.

배열도 완전 모델M과 동일하게 윈도우 시작 버튼마저 없는 101키 옵션도 존재하지만, 정말 레트로한 감성을 원하는 것이 아닌 이상 실사용할 때 조금 불편하게 느껴질 것 같네요.

그렇다고 해서 105키는 조금 레트로한 느낌이 너무 없어서 전 적당히 감성과 사용성의 절충안인 103키 모델로 구매했습니다.

103키 옵션도 추가로 10달러를 지불해야 되기 때문에 실제 유니콤프 키보드의 가격은 10~12만 정도라고 봐야 하고, 여기에 배송비까지 포함하면 체감 가격은 거의 20만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상당히 부담이 되는 가격입니다.

물론 배대지를 이용하면 배송비가 조금 절감되겠지만 전 번거로워서 그냥 공식 홈페이지의 페덱스 서비스를 이용했고요.

[ 2. 외관 & 디자인 ]

기본 제품 박스는 매우 허술합니다. 그냥 갈색 카드보드지 박스 안에 뽁뽁이로 포장된 키보드가 끝이더군요. 일반적으로 고가 키보드에서 기대하는 키캡 리무버, 청소 브러시, 정비 도구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나름 과거 IBM 모델M의 정품 패키징과 최대한 비슷하게 포장했다고 하니 이것도 나름 레트로 감성이랄까요?

부실한 포장을 뒤로하고 제품을 꺼내보면 그래도 나름 만족스럽습니다. 하우징 촉감에서부터 키캡 재질과 색상, 모두 구형 모델M을 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구형 키보드에서나 볼 수 있는 투박한 녹색 락 표시 라이트까지… 라이센스 뿐만 아니라 과거에 모델M을 생산할 때 사용하던 장비들도 모두 구매했다는 주장이 사실인 것 같네요.

무게는 최신 키보드와 비교하면 많이 무거운 편이지만, 기존에 두꺼운 철판으로 후면을 보강하던 구형 모델M과 비교하면 매우 가볍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대신 모델M 특유의 탱크같은 탄탄한 느낌은 없지만요.

키캡 형틀도 30년 전에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 사용해서인지 키캡 사출이나 각인도 균일하지 않습니다. 평소같으면 이런 고가 키보드에서 말도 안되는 품질이라 생각할건데, 왠지 모르게 유니콤프 키보드는 이런 모습마저 정겹게 느껴지네요.

후면에는 각도 조절 스탠드가 있지만, 이미 상당히 경사가 있는 키보드라서 굳이 사용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나름 케이블 정리 홈이 있지만 웃기게도 케이블이 두꺼워서 제대로 끼울 수가 없었습니다.

전반적으로 가격을 생각하면 정말 용납하기 힘든 수준의 마감과 빌드 퀄리티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물론 전 가볍게 용서해줄 의향이 있지만 모든 사람이 그럴 것이라 생각하긴 힘드니까요.

[ 3. 타건감 & 키캡 ]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버클링 스프링 키보드가 조금 생소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버클링 스프링 키보드는 체리 청축과 유사한 타건음이 주는 인상과 달리, 기계식 구조가 아닙니다. 오히려 스프링이 추가된 멤브레인 방식이라고 보는 것이 맞죠.

키캡과 멤브레인 사이에 있는 스프링이 특이하게도 수직으로 눌리는 것이 아니라 압력을 받으면 조금씩 휘다가 결국 꺾이게 되고, 그 순간의 장력으로 인해 하단의 멤브레인 스위치가 작동되는 방식입니다.

이 때문에 스프링이 꺾이는 순간에 “찰칵”하는 소리와 촉감이 그대로 전해지고, 그 촉감이 느껴지는 순간 키의 입력이 인식되기 때문에 촉각 피드백이 실시간으로 느껴진다는 것이 큰장점 중 하나죠.

하지만 키를 누른 후에는 물리적으로 스프링의 탄성이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같은 키를 빠르게 반복적으로 입력하는 상황에서는 인식률이 떨어지는 모습입니다. (특히 게임)

이 스프링으로 인해 버클링 스프링 키보드는 일반적인 기계식과는 타건감이 완전히 다르게 느껴집니다. 스프링이 꺾이기 전까지는 제법 압력이 느껴지다가 스프링이 무너지는 순간 매우 만족스러운 “찰칵” 소리와 함께 키가 쑥 들어가는 특유의 느낌은 무접점 키보드에서도 느끼기 힘들죠.

타건감은 길게 설명해봐야 손만 아프니 영상으로 대체하도록 하겠습니다.

원래 모델M과 유니콤프 키보드는 이중 키캡 구조여서 외부 키캡은 쉽게 벗길 수 있습니다. 외부 키캡은 ABS 재질인 것으로 보입니다. 키캡을 분리한 상태로 힘을 주면 쉽게 부러뜨릴수 있을 것 같군요.

20~30년 동안 사용한 형틀로 찍어낸 키캡답게 마감이 상당히 투박합니다. 사출 자국이나 거친 마감이 여과 없이 보일 정도니까요.

각인은 나름 염료승화 방식이라고 하는데, 각인이 상당히 굵직한 느낌입니다. 이는 의도된 사항이 아니라 키캡 각인 장비가 워낙 오래돼서 각인이 조금 번진 상태로 인쇄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동일한 장비로 각인했던 구형 모델M의 키캡은 각인이 훨씬 선명한 느낌이라고 합니다. (Linus Tech Tip 유튜브 출처)

단단한 PBT 재질과 칼같은 키캡 마감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거의 혐오스러울 정도의 키캡 퀄리티라는 점은 꼭 염두에 두고 구매하시기 바랍니다.

[ 4. 기능 & 사용성 ]

흠… 사실 민망할 정도로 부가적인 기능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USB 케이블 정도는 탈착식이었으면 좋겠지만, 이마저도 허락되지 않더군요. 무한 동시입력이 지원되지 않고 단일 키 반복 입력에 불리한 구조라는 점 때문에 게이밍 용도로 사용하기도 애매하고, 순수하게 버클링 스프링 타건감을 느끼면서 타자를 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순정파 키보드일 뿐입니다.

[ 5. 총평 ]

유니콤프 키보드의 마감이나 외관상 품질은 가격대를 감안하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이 부분을 레트로 감성, 혹은 역사적인 가치를 인정한다면 모를까, 마감 측면에서는 아예 포기하고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은 꼭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허술한 마감도 나름의 매력이라 생각하고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지만요.

하지만 버클링 스프링 스위치가 선사하는 타건감은 다른 어떤 키보드에서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모델M의 키감을 재현한 키보드를 원한다면 현 상황에서는 유니콤프가 유일한 선택지이기도 하죠.

스프링이 꺾이는 느낌이 손에 그대로 전달이 되면서 타자기를 치는 듯한 “찰칵” 거리는 타건음은 어떠한 기계식 키보드도 흉내내지 못한다고 장담합니다.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유니콤프에서 과거 IBM 시절의 모델M과 같은 견고함과 마감을 흉내낸 고급형 모델도 나름 수요가 있을 것 같은데 향후 출시 계획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나름 모델M의 역사적인 가치를 인정하고 최대한 오리지널과 가까운 키보드를 생산하려고 노력하는 유니콤프에게 개인적으로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현재는 작은 공장에서 가내 수공업 느낌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앞으로 번창해서 완벽한 모델M의 재생산에 성공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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