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로스 게이밍박스 eGPU 자가 수리 후기

몇 주 전에 제 노트북 리뷰 장비 중 제일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게이밍박스 GTX1080 이 고장 났었습니다. 썬더볼트 케이블을 연결해도 켜질 생각을 안 하고 여러 노트북에 번갈아가면서 연결해도 응답이 없어서 거의 eGPU 자체의 문제가 확실시됐었죠. 90만 원 이상 나가는 장비이기 때문에 순간 눈물이…

고장 나기 며칠 전부터 게이밍박스를 구동하면 내부에서 약간 탁탁 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을 무시했던 것이 큰 실수였던 것 같네요. 하지만 당시에 간단히 내부 쿨링팬에 전선이 부딪히는지 확인은 했지만 그런 증상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파워가 나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더군요.

뭐 그래도 파워만 교체 받으면 다시 사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 기가바이트 AS 센터에 연락을 시도해봤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연락처를 알아보려 하는데, 별다른 전화번호나 이메일 주소도 없이 서비스 문의 링크가 덩그러니 하나 있더군요.

그런데 분명 기가바이트 코리아 사이트에 안내된 링크를 따라갔는데 뭔가 기가바이트 글로벌 서포트로 안내되어 버리는…?

이건 애써 작성해도 답변 오는데 한 세월일 거고 제대로 된 답변을 받겠다는 확신도 들지 않아서 그냥 연락처를 따로 검색해보기로 합니다.

집에서 가까운 서비스 센터부터 전화를 해봤습니다. 하지만 본인들은 공식 AS 센터가 아니라 기가바이트가 인증한 수리점이라서 게이밍박스에 대한 지원은 전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뭐, 그럴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가바이트 공식 AS 연락처나 어로스 게이밍 제품군에 대해 문의할 수 있는 연락처를 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본인들은 그런 거 모른다고 하네요…

네, 뭐 처음 전화한 곳이 불친절하겠거니 해서 다음 서비스 센터에 전화해봤습니다. 한결같이 전화를 받지 않거나 앵무새 같은 동일한 답변입니다. 제발 공식 연락처 하나만 달라고 해도 다들 한결같이 모른답니다. (공식 수리센터 인증해준 본사 전화번호도 모르다니?!)

7번째 서비스 센터에 전화하고 나니 더러워서 포기할까 싶은 생각이 무럭무럭 듭니다. 물건 고장 났다고 항의하려는 것도 아니고 유상으로라도 파워만 교체 받기가 이렇게 힘들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그나마 용산에 있는 서비스 센터가 공식 지점인 것 같았지만, 거기는 2일 동안 전화를 10번 넘게 해도 한 번도 받지 않았습니다. 직접 찾아가 볼까도 싶었지만 시간도 없고 이쯤 되니 오기가 생기더군요.

그래서 직접 제품을 분해해보고 정 수리 불가능한 상태면 GPU만 적출해서 와이프 데스크탑을 업그레이드해줄 요량으로 무작정 뜯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나사가 많다 뿐이지, 구조 자체는 매우 단순했습니다. 그냥 순서대로 나사 하나씩 풀면서 천천히 분해하면 되더군요. 이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이 내용을 포스팅해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해서 사진이 없습니다만… (IT 블로그 운영하는 사람 맞는지?)

뭐 내부 속 사정을 보자면 아래의 사진과 같습니다.

사실 내부의 절반 이상이 파워 유닛이고 하단부에 GPU를 수납하기 위한 작은 메인보드가 있고, 그 위에 그래픽카드가 수직으로 꽂혀 있는 구조입니다. 그래픽카드가 미니 ATX라서 그렇지, 사실 케이스를 열어두고 사용한다면 일반 크기의 그래픽카드도 꽂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어로스 게이밍박스가 유난히 eGPU 중에서 크기가 작은 이유가 저 독특한 규격의 그래픽카드와 파워유닛 때문인데, 저런 사이즈의 파워 유닛은 구할 자신도 없고, 공식 AS 센터에 문의하는 것은 포기한 상태이기 때문에 일단 일반 ATX 규격 크기의 파워를 연결해봐서 나머지 부품은 고장 나지 않았는지 확인해보기로 합니다.

당연히 일반 ATX 규격의 파워가 저 작은 게이밍박스 케이스 안에 들어갈 리는 없기 때문에 파워 유닛은 인공호흡기처럼 외부에 그냥 연결해두기로 했습니다.

내부 구조는 일반 데스크탑의 PCIe 슬롯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케이블 연결은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대충 연결해서 다시 노트북에 썬더볼트 케이블을 연결해보니… 다행히도 그래픽카드의 팬이 정상적으로 잘 돌아가면서 노트북 내부에 GTX1080 이 정상적으로 인식됐습니다. 결국 파워만 고장 난 거였군요.

그럼 이제 파워만 교체하면 되는 걸 확인했으니 케이블을 정리해보기로 합니다. 제가 사용한 파워 유닛이 케이블 탈착이 가능한 타입이면 훨씬 깔끔했겠지만, 보급형 유닛이라 불필요한 케이블도 정리해야 했습니다.

내부에 필요한 케이블은 2가지 종류밖에 없기 때문에 일단 게이밍박스의 후면 판에 기존 파워유닛이 있던 구멍에 필요한 케이블들을 미리 통과시켜놓은 후에 내부에 연결을 해줍니다.

메인보드 파워를 조립할 때 주의해야 될 점은 파워 연결 부위의 메인보드가 지지대에서 떠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힘을 주면 메인보드에 손상이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메인보드의 하단부를 손가락으로 지지해주면서 조심스럽게 꽂아주도록 합니다.

그다음 그래픽카드를 PCIe 슬롯에 장착한 후 케이블이 그래픽카드와 닿지 않도록 다시 정리해준 후 8핀 파워를 연결해줍니다. 후면판을 고정하기 전까지는 그래픽카드가 슬롯에서 심하게 흔들리기 때문에 주의해서 조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후면판을 하단 지지대 연결부에 맞춘 후 나사를 조여주면 그래픽카드를 고정시킬 수 있습니다. 데스크탑 그래픽카드와 동일하게 나사로 고정시켜주면 됩니다.

그다음 게이밍박스의 외곽 뚜껑을 닫아줍니다. 그래픽카드의 8킨 케이블이 조금 걸기적거릴 수 있지만 조심스럽게 옆으로 접어주면 됩니다. 케이스를 닫고 나면 내부의 케이블이 마음대로 움직이면서 메인보드나 그래픽카드에 닿지 않도록 후면판에 케이블 타이로 고정해줍니다.

참고로 손이 닿지 않는 공간에 케이블 타이를 넣을 때에는 사진처럼 미리 구부려서 넣어주면 쉽게 조작할 수 있습니다.

밖에 널려 있는 지저분한 케이블들은 최대한 깔끔하게 접어서 묶어버립니다. 비록 어로스 게이밍박스의 큰 장점 중 하나인 컴팩트함이 사라졌지만, 보다 안정적인 파워 공급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마지막으로 파워 유닛이 외부에 저렇게 노출되면 상단부에 먼지가 많이 쌓일 수 있기 때문에 소소하게 먼지 덮개 그릴로 마무리해줬습니다.

그래서 결국 다시 책상에 배치한 모습을 보니…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네요. 비록 들고 다니기에는 불편해졌지만 어차피 eGPU라는 물건이 집 밖으로 자주 들고나갈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별다른 비용 없이 수리했다는 사실만으로 그냥 만족하려고 합니다.

수리를 마치고 나서 문제가 됐던 파워 유닛의 스펙을 간단히 살펴봤습니다. 제가 지식이 짧아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듣도 보도 못한 제조사네요. 검색해보니 미국 지점은 폐업 상태인 듯합니다.

(19.03.31 추가 : 대만 제조사라고 하네요. 보통 기업용 부품을 납품하는 곳이라 일반 소비자에겐 생소한 것 같습니다.)

eGPU를 엄청 자주 쓴 것도 아닌데 1년 조금 넘으니 파워가 뻑 나는 걸 보면 우수한 품질은 아닌 것 같습니다. 파워가 사망하면서도 그래픽과 메인보드가 무사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혹시라도 어로스 게이밍박스를 사용하시는 분이라면 파워유닛에서 이상한 소리가 날 경우 바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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