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닷컴 버블 – 20세기의 마지막 투기 열풍

우리나라에서는 IMF 때문에 상대적으로 잔잔하게 지나갔지만, 미국에서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닷컴 버블(.com bubble)이라는 엄청난 투기 열풍이 있었습니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인터넷이 발달하기 시작하는 시대에 IT/인터넷 기업에 묻지마 투자를 하던 시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대부분의 닷컴 버블에 관한 자료들이 경제적인 해석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정작 닷컴 버블이 생기기 전과 끝난 후의 상황에 대한 내용을 찾기 힘든 것 같아서 이번 정기 IT스토리 포스트 주제로 선정하게 됐습니다.

사실은 원래 주제는 Yahoo!의 성장과 몰락에 대한 내용이었지만 이걸 설명하려면 닷컴 버블이라는 내용을 피해 갈 수가 없더군요.

컴퓨터 공학이나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제가 다루기에는 조금 무거운 주제인지라 투자론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기 때문에 너무 기대하진 말아주시고요… 간단히 제 시점에서 바라본 닷컴 버블에 대한 의견이라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목차 ]

1. PC의 보급 & OS의 발달

2. 묻지마 투기 열풍

3. 버블 붕괴의 이유

4. 개인적인 해석

[ 1. PC의 보급 & OS의 발달 ]

모든 버블이 그렇듯이, 닷컴 버블도 1998년에 갑자기 생긴 현상이 아닙니다. 비트코인 버블도 2017년이 최고점이었지만 비트코인이라는 개념 자체는 2009년에 만들어진 거니까요.

닷컴 버블 역시 정확한 배경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이야기를 1985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네요. 닷컴 버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대중에게 인터넷이 보급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PC가 대중화되어 있어야 하겠죠.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1985년은 그래픽 인터페이스 기반의 매킨토시와 윈도우 OS가 출시되면서 대중에게 PC가 급속도로 보급되기 시작한 시점입니다.

1990년대부터는 본격적으로 컴퓨터가 전문가 작업용이 아니라 일반 가정에 대부분 하나씩 갖춰야 하는 기기로 인식되기 시작합니다. 당시에는 대부분의 컴퓨터에 인터넷 접속 기능이 없었지만, 간혹 모뎀을 통해서 텍스트 기반의 PC통신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소수 있었습니다.

PC통신은 인터넷에 비해 폐쇄적인 회로를 사용하기 때문에 인터넷과 같은 개방성이 부족했는데, 윈도우95와 넷스케이프,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보급되면서 점점 PC통신은 몰락하고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시작합니다.

위의 PC 시장 성장 그래프를 보면 95년도에 한번 폭발적인 증가가 있었는데, 그만큼 윈도우95와 부가 프로그램들의 파급력이 컸다고 해석할 수 있겠네요.

[ 2. 묻지마 투기 열풍 ]

인터넷이 가정에 퍼지기 시작하면서 IT 산업군의 생태계가 완전히 뒤바뀌게 됩니다. 온라인 유통, P2P 서비스, 소셜 네트워크와 같은 신개념 사업 방식이 생겨나게 되는 계기가 됐었죠.

초반에 이런 유통, 포털 사이트들의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자 대중들에게는 “인터넷 사업 투자 불패”라는 인식이 생기게 됩니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1997년에 경기 활성을 위해 금리 인하 정책이 발표되면서 투자처를 찾는 자본이 시장에 대량으로 유입됩니다.

자본이 넘쳐나게 되자, 점차 투자자들은 조금이라도 저렴할 때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합니다. 회사의 수익성, 사업 계획에는 전혀 관심 없고 “.com”이라는 이름으로 끝나는 인터넷 기반 기업이면 무조건 투자를 하는 상황까지 가게 된 거죠.

가장 대표적인 예로 “Pets.com”이라는 회사가 있는데, 2000년에 시가총액 3억 달러에 달하던 기업이 1년도 되지 않아서 상장폐지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유 없이 형성된 거품의 말로가 그렇듯이, 닷컴 버블 시기에 집중 조명된 기업들 중 절반 이상이 몰락하게 됩니다.

[ 3. 버블 붕괴의 이유 ]

무엇보다 가장 큰 원인은 부실기업에도 묻지마 투자가 이루어졌다는 점이겠죠. 하지만 이 외에도 닷컴 버블이 빠르게 꺼진 이유들이 몇 가지 더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로, 미국의 인터넷 인프라가 빠르게 발전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국내에는 1990년대 후반부터 광랜 케이블이 구축되면서 무제한 인터넷 사용이 당연시되기 시작한 반면, 미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까지도 전화선을 이용한 56K 모뎀 사용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요즘 인터넷 빠른 집에서는 다운로드 속도가 100MB/sec 정도 나오는데 산술적으로 보면 56K 모뎀은 속도가 거의 2000배 가까이 느리다고 보면 되겠네요. 심지어 전화선으로 연결하는 원리라서 연결된 시간만큼 전화비가 나간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인터넷 서비스의 가능성이 아무리 무궁무진하더라도 당시 미국의 인터넷 환경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서 기업과 투자자들이 기대한 만큼의 성장률을 보이지 못했다는 것이 가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인프라 외에도 비극적인 9.11 테러도 미국의 증권가에도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모두가 장밋빛 미래를 꿈꾸던 1990년대와는 달리 9.11 테러 이후로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이념적 비관론이 점점 퍼지게 되죠.

물론 9.11 테러 이전에도 닷컴 버블이 조금씩 꺼지는 모습이 보였지만, 2001년 이후로 자금이 급격하게 빠진 점으로 미루어보면 연관이 없지는 않다고 생각되네요.

[ 4. 개인적인 해석 ]

전 아직도 우리가 닷컴 버블의 시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닷컴 버블을 단순히 자금이 일시적으로 유입됐던 시기로 해석하지 않고 “IT/인터넷 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투자 트렌드”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아직도 해당 산업군의 성장 가능성은 많이 남아있다고 보기 때문이죠.

닷컴 버블 이후 몰락한 기업들은 거품이었지만, 그 시기를 버텨낸 기업들은 2000년 이후로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최근에는 조금 부진하지만)

과거 공상과학 영화나 소설들을 보면 2010~2020년도에는 모든 인프라가 자동화되고 로봇, 날아다니는 자동차 등 인류의 기술이 많이 발달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2018년 현재 기준으로 보면 아직도 일상생활에서 IT/인터넷 기술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합니다.

IT/인터넷 산업 이후의 차세대 기술이 무엇이 될지는 예측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미래 기술이 개발되고 조명 받을 때마다 닷컴 버블과 비슷한 상황이 언제든지 반복될 수는 있겠죠.

저도 이번 포스트를 준비하면서 투자하기 전에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동력이 있는지 정도는 스스로 점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끼게 됐습니다. 혹시라도 향후 닷컴 버블이나 비트코인 열풍과 비슷한 상황이 다시 닥치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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